제주도 여행, 제주를 사랑한 사진작가 김영갑 그리고 갤러리 두모악.

2020. 2. 16. 00:08밖으로 나가다

외진 곳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입구에 세워져 있던 조각상 치맛자락에 쓰여 있는 문구가 정겹습니다. 제주 서부지역을 여행하려 목적지를 검색하던 중 발견한 곳.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사실 이전에는 생소했던 이름이었고 이곳에 방문하기 직전에 잠깐의 검색으로 알게 된 사실은 제주에 매혹되어 섬에 정착하시고 사진활동을 하셨다는 것. 그것이 제가 아는 전부였습니다. 그저 작가의 시선으로 본 제주는 어떨지 궁금하여 발길을 옮겼습니다. 

관람 후에 알게 되었지만 선생께서 이곳을 직접 마련하시고 병을 얻으셔 오랜 투병기간 동안 손수 만든 이곳에서 고이 잠드셨고 선생의 유골은 이곳 마당에 뿌려졌다는 사실에 갤러리 자체가 작품처럼 느껴지면서 감동과 여운이 밀려왔습니다. 

(故) 김영갑 선생님 (1957년 ~ 2005년)
제주의 평안한 수평구도에 매혹되어 1985년 섬에 들어왔다가, 이후 가난과 고독 속에서도 제주도의 들과 구름, 산과 바다, 나무와 억새 등의 자연풍경을 소재한 수많은 사진 작품을 남겼다. 루게릭병으로 6년간 투병하는 동안에도 제주도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하였다.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김영갑)

삶에 지치고 여유 없는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서 와서 느끼라고, 
이제까지의 모든 삿된 욕망과 껍데기뿐인 허울은 
벗어 던지라고, 두 눈 크게 뜨지 않으면 놓쳐버릴
삽시 간간의 환상에 빠져보라고 손짓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주의 진정성을
제주의 진짜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넉넉한 마음입니다.
그것이면 족합니다.

글_ 김영갑

파노라마로 촬영된 작품들속의 오름과 하늘, 들과 억새.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미술관

방문 전에 '두모악'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었습니다. 지명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한라산의 옛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또 한 가지 알았네요. 선생이 투병 중에도 폐교였던 분교를 개조하여 만들었다는 갤러리에는 사진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관 이외에도 유품전시실과 투병생활 중 손수 일군 야외정원, 무인 찻집이 있습니다.

버려진 폐교의 운동장이었을 아담한 야외정원은 화려하진 않지만 투박한 듯 이것저것 구경하며 짧은 산책을 하기에 너무 좋았습니다. 아마도 생전에 작업실로 이용하셨을 것 같은 유품전시실은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창 너머로 카메라들, 책장, 그리고 작가의 책상과 의자를 바라보니 이 공간의 주인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갤러리에는 내부전시관에서 사진 감상은 물론이고 정원에서 조각 작품들과 어울려 있는 자연 속에서 사색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가보지는 않았지만 갤러리 뒤편에 무인 찻집이 있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이곳에서 차를 마셨을 텐데 아쉽습니다. 

  • 영상실 (생전 인터뷰를 볼 수 있었어요)

  • 두모악관 (내부 전시관 1)

  • 하날 오름관 (내부 전시관 2)

  • 유품전시실 (생전 사무실)

  • 무인 찻집

  • 야외정원 

왠지 같이 사진찍고 싶어지는 하루방 사진가

 

관람료는 성인은 4,500원이었는데 입장권 대신에 김영갑 선생님의 작품의 인쇄된 엽서를 주시는데 저는 이것만으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방문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외로움과 평화로움이 느껴졌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아름다운 제주의 해안도로와 카페 투어도 좋았지만 제주의 본모습을 감상한 것 같아 너무 좋았습니다. 저처럼 아직 방분해 본 적이 없으시다면 한 번쯤은 시간을 내어 방문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 관람시간 (관람시간 30분전 입장마감)
봄 3월 - 6월

9:30 ~ 18:00

여름 7월 - 8월

9:30 ~ 18:30

가을 9월 - 11월

9:30 ~ 18:00

겨울 12월 - 2월

9:30 ~ 17:00

휴관일: 매주 수요일 /신정, 설날, 추석 당일